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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5-07-10

글쓰기에도 애자일을

이 블로그를 작년 11월 말에 완성해두고 지금까지 아무런 글을 쓰지 않았다. 완벽한 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카이브 폴더에만 4개의 글이 있다. 아마 그게 제일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.

일을 하면서 꽤 나아진 부분이지만 완벽주의 성향을 타파하는 건 어렵다. 무슨 일을 하건 항상 허점을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. 그래서인지 제어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선 결국 Git에서의 Stash, 메신저와 메일에서의 Draft, 포스트에서의 아카이브와 같은 게 늘어난다. 이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로 Fast Iteration을 방해한다는 것이 명백해서 자연스레 고치려 노력했다. 이것 때문에 번아웃까지 왔던 적이 있으니.

스스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제어 수단을 마련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. 이게 일을 할 땐 무의식적으로 빨리 하고 검증하고 치워버리면 되는데 혼자서는 그게 잘 안 된다. 그래서 오늘 글을 쓰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. 지금 쓰는 이 글은 아카이브 폴더에 먼저 넣지 않고, 자주 가는 카페에 앉은 이후 다시 집에 가기 전까지만 글을 쓰고 배포할 생각으로 쓰고 있다.

K리그 프로그래머 이 분의 글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인상깊게 봤다. 적당한 길이와 간결한 내용은 지하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간에 다 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였고, 마음에 닿는 이야기들은 퇴근길에 그 글을 다시 한 번 읽게 했다. 이 분처럼 짧은 글을 정말 잘 쓸 수 있다면…

내가 그럴 능력은 아직 부족하니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. 말하고 싶은 최소 단위의 주제를 하나 선정한 뒤에 딱 그 내용만 말하기로 정했다. 우리가 작업 티켓을 최소 단위로 쪼개는 것처럼.

그 다음에 글의 길이를 늘려보고, 그 다음에 완벽해지자. 옛날에 썼던 코드를 보고 ‘이렇게저렇게 할 걸’ 하는 것처럼,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. 아카이브 폴더에 있던 주제를 하나하나 옮기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.